🚲 도쿄에서 자전거를 타겠다는 남편의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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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 도쿄에서 자전거를 타겠다는 남편의 도전기

by 유랑민Luna 2025.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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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10일, 우리는 요코하마에서 도쿄로 이동해 신주쿠 워싱턴 호텔에 체크인했어요.
저는 여행 중간에 쌓인 피로를 풀 겸 잠깐 쉬기로 했고, 남편은 방 안을 이리저리 거닐다가 갑자기 말했죠.

“나 자전거 타고 신주쿠 한 바퀴 돌아볼게!”

 

저는 순간 놀랐지만, 남편은 이미 신나 있었어요.
“도쿄는 자전거 인프라가 잘 되어 있다더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었는지, 그는 정말로 근처에서 자전거를 빌려 신주쿠 거리를 돌아다녔어요. 호텔 앞으로 돌아온 남편은 무척 만족스러워 보였고, 자전거를 반납한 후 신주쿠 이곳 저곳을 안내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우리는 신주쿠 골목 안에 있는 카메야에서 시원한 튀김 우동을 먹으며 자전거 탐방기를 소소하게 마무리했답니다.

호텔앞에서_기다리는남편
몰래찍은 파파라치 샷! 저와 함께 자전거를 반납하고 우동먹으러 출발!


🚲 시부야에서 도쿄타워까지, 진짜 자전거 도전은 다음 날 시작됐다

4월 11일, 도쿄에서의 마지막 날.

우리는 시부야 메가 돈키호테에서 쇼핑을 마치고, 근처 도토루 커피(Doutor Coffee)에 들렀어요.

저는 쇼핑만 해도 체력이 바닥나서 자리에 털썩 앉았고, 남편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갑자기 이렇게 말했죠.

“자전거 타고 도쿄타워 갔다 올까?”

 

전날 신주쿠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닌 경험이 꽤 좋았는지, 그날도 한껏 의욕이 넘치는 눈빛이었어요.
저는 기운이 없어 따라가진 못했지만, 도토루 커피숍에서 기다리며 그의 짧은 솔로 여행을 조용히 응원하기로 했습니다.


🗼 시부야 → 도쿄타워, 가볍게 시작된 솔로 여행

도쿄타워까지는 약 6km 정도 거리.
남편은 시부야에서 자전거를 타고, 도쿄 거리를 유유히 달리며 관광지가 아닌 도심 속 풍경을 가까이에서 느끼며 도착했다고 해요.

짧게 도쿄타워 주변을 둘러본 후, 지나가는 분에게 부탁해 인증샷도 기분좋게 찍고 저에게 전송했죠.

도쿄타워와_자전거인증샷
이때는 몰랐겠죠.. 이후에 일어날 일을! 날씨만이 그 일을 말해줄 뿐....


곧 자전거를 다시 타고 출발지였던 시부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단계—
자전거 반납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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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납이 안 돼? 거치대는 있는데??”

남편은 시부야의 헬로사이클 거치대로 갔어요. 
앱에는 분명 **‘여유 있음’**이라고 표시되어 있었고, 실제로도 거치대엔 한 자리 정도 비어 있었대요.

하지만 막상 반납을 시도하니…

“이 자전거는 이 장소에 반납할 수 없습니다.”

 

응?
앱에 여유 있다고 했는데??
거치대도 물리적으로 비어 있는데??

그다음 거치대로 가도 마찬가지.
세 번째 거치대도 반납 거부.
이쯤 되니 남편의 인내심도 점점 약해져갔고…

결국 그는 가장 가까운 반납 가능 스테이션인 오모테산도역까지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도쿄타워까지 다녀온 거리만 해도 만만치 않은데,
이제는 다시 자전거를 타고 시부야에서 오모테산도까지 가야 했죠.

헬로사이클링_앱화면
어플 상 여유가 있다고 해도 직접 가보면 상황이 다를 수 있어요.

🌧️ 그리고, 타이밍 좋게(!) 비가 쏟아졌다

오모테산도로 향하는 길.
그 타이밍에 하늘도 함께 응답했는지,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살짝 오는 수준이 아니라, “이거 장마야?” 싶을 정도로 우두둑우두둑…
남편은 말 그대로 비 맞으며 자전거 타고 이동 중이었습니다.

우비도 없고, 탈출도 안 되고, 그저 “반납만 하자”는 일념 하나로 페달을 밟았다고 해요.

결국 젖은 몸으로 오모테산도역까지 도착해 겨우 자전거 반납 성공…
그리고 다시 시부야의 도토루 커피숍으로 전철을 타고 돌아왔습니다.


☕ 도토루 커피숍, 젖은 어깨, 그리고 우리의 침묵 연기

남편이 커피숍 2층 계단을 올라오는 순간, 저는 휴대폰을 보다가 고개를 들었고—
둘의 눈이 마주쳤습니다.

비를 흠뻑 맞은 남편의 어깨, 눅눅한 머리카락,
그리고… 힘 없이 웃는 얼굴.

그는 작게 말했어요.

“많이 기다렸지?… 미안하다.”

 

저도 작게 대답했죠.

“아니야… 뭐.”

 

그 순간, 우리 둘 다 눈치 싸움 모드 ON.
말은 최대한 아끼고, 표정은 가능한 한 무표정 유지.
우리는 서로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최고의 침묵 연기를 펼치고 있었어요.

말도 조심스럽게, 눈치도 조심스럽게.
싸우지 않기 위해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는… 부부 연극단. ㅋㅋ

 

남편은 자기 자리로 와서 한숨을 쉬고, 저는 얼음 잔을 휘저으며 슬쩍 웃었죠. 결국엔 둘 다 같이 웃었어요. 말없이. 동시에.
우리 참 잘 맞아요.
...싸우지 않고 참는 데에. 😅


💡 도쿄 자전거 여행을 생각 중이라면?

남편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쿄에서 헬로사이클을 이용하려는 분들께 꿀팁 드릴게요!

✔ 꼭 기억하세요:

  1. 앱에 ‘여유 있음’이 떠도 믿지 마세요 – 실제로는 예약되어 있거나 오류일 수 있어요.
  2. 반납 가능한 거치대는 미리 2~3개 정해두세요 – 특히 시부야/신주쿠처럼 인기 지역은 항상 만석일 가능성.
  3. 체력보다 중요한 건 ‘돌아올 힘’ – 다른 동네까지 자전거를 끌고 가게 될 수도 있어요. 😅
  4. 운동인지 여행인지 헷갈릴 수 있음 주의 – 몸도 마음도 여유 있게!

자전거 수가 많은 곳도 있고, 적은 곳도 있어요.


🎬 오늘의 결론: 여행, 로맨스보다 시트콤

그날 남편은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저는 커피숍에서 얼음이나 굴리며 조용히 기다렸고,
우리는 서로 눈치 보며 미안하단 말을 던지고, 말없이 함께 웃었어요.

그 순간 우리는 부부 드라마의 배우처럼 각자 머릿속으로 대사를 읊으며, “참는 연기”를 아주 능숙하게 해내고 있었습니다.ㅋㅋ

 

여행이라는 게 꼭 설레고 감동적인 것만 있는 건 아니죠.
이렇게 엇박자 나고, 몸 젖고, 눈치 보는 순간도 나중에 돌아보면 제일 웃긴 장면으로 남게 되니까요.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의 핵심은 이거였어요—
완벽한 합의가 없어도, 서로 끝까지 같은 생각을 못 해도, 한 사람의 의지를 지켜보며 '그래, 한번 해봐' 하고 옆에서 지지해주는 거.
그게 우리가 싸우지 않고 살아가는 방식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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